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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건설업 인력난 해결 위한 이민정책 대전환
캐나다 정부가 심각한 건설 인력 부족과 주택 공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이민 정책을 대폭 개편하였습니다. 2025년 3월 7일, 이민부(IRCC)는 기자회견을 통해 건설업에 특화된 새로운 영주권 경로와 각종 제도 변경을 공식 발표하였습니다. 이번 정책은 단순한 이민 제도 조정이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 주택 공급, 이민정책을 종합적으로 연계한 접근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핵심 변화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캐나다에서 임시 비자로 체류하며 건설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 중 최대 6,000명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경로가 신설됩니다. 둘째, 유효한 취업 허가를 가진 외국인은 별도의 학업 허가 없이도 공식 견습 프로그램(apprenticeship)에 등록할 수 있게 됩니다. 이전까지는 학업 허가 없이는 해당 프로그램 참여가 불가능했기에, 이는 제도적 장벽을 크게 완화한 조치입니다.
이 조치의 목적은 단기적인 인력 충원이 아닌, 숙련된 인재의 장기적 정착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현재 캐나다는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해 전국적인 경제 불안 요인을 안고 있으며, 캐나다 모기지주택공사(CMHC)는 2030년까지 600만 채 이상의 신규 주택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주택을 지을 인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캐나다 건설업계는 특히 숙련직 부족이 심각합니다. 목수, 배관공, 전기공, 콘크리트 마감공 등 주요 트레이드 직종은 현지인 기피 현상이 심하고, 기존 노동자들은 은퇴 연령에 접어들면서 인력 공백이 더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미 건설업 종사자의 약 23%가 이민자로 구성되어 있으나, 기존 Express Entry 시스템은 고등 교육이나 영어 능력 중심의 점수제로 설계되어 있어 실질적인 기술 인력이 영주권을 받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이에 따라 캐나다는 2023년부터 ‘카테고리 기반 선발(Category-based Selection)’을 도입해, 필요 직종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바꾸었습니다. 2025년 2월 27일에는 Express Entry 우선 초청 대상에 건설 관련 19개 직종이 새롭게 포함되었습니다. 건설 관리자, 타일일 시공자, 콘크리트 마감공, 전기 기술자, 용접공 등은 앞으로 빠르게 영주권 심사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지난 3월 7일 발표의 내용 중 주목할 만한 점은 불법 체류 건설 노동자에 대한 구제 프로그램의 전국 확대입니다. 기존에는 2019년부터 온타리오주 토론토 지역에서 시범 운영되던 프로그램이었으며, 2024년 말까지 1,300명 이상의 불법 체류 노동자가 이를 통해 영주권을 획득한 바 있습니다. 이 제도는 건설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신분 미비 외국인들에게 합법화의 길을 열어주며, 건설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였습니다.
2025년부터 전국 확대가 예고된 이 프로그램은 일정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이들에게 영주권 신청 기회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예상되는 요건으로는 ▲최근 몇 년간 캐나다 내 건설 분야에서의 실질적인 근무 경력, ▲신분 미비 상태, ▲중대한 범죄 이력 부재, ▲캐나다 정착 가능성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고용 제안서, 지역사회 참여 이력 등도 심사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정책은 단순한 서류 중심 심사에서 벗어나, 현장 경험과 실제 기여도를 중심으로 판단하겠다는 방향이 담겨 있습니다. 정부는 서류상 자격보다 실제로 캐나다 사회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을 우선 고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기술 기반 직군에서 실제 숙련도를 가진 이들에게 유리한 변화입니다.
이민부는 정책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 산업계, 노조가 함께 참여하는 자문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입니다. 이 위원회는 노동 수요, 임금 기준, 외국 인력 수용 규모 등과 관련된 조언을 정부에 제공하게 됩니다. 마크 밀러 장관은 이를 통해 최대 14,000명의 외국인 건설 노동자가 캐나다에 입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들이 영주권 대상이 될지는 추후 자격 요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 외에 주목할 만한 점은 학업 허가 없이 견습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는 점입니다. 견습 프로그램 관련 구체적인 참여 조건은 아래와 같습니다.
▲유효한 취업 허가를 소지
▲적격한 건설 직종에서의 고용 제안(job offer)
▲주 또는 준주 정부에 공식 등록된 견습 계약(apprenticeship agreement)을 체결
이 제도는 2025년 2월 26일부터 2027년 2월 26일까지 2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됩니다.
결국 이번 정책은 단순한 인력 수급을 넘어, 숙련 인력을 적극 유입하고 안정적으로 정착시켜 주택 공급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하려는 캐나다 정부의 전략적 접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구든 환영'하던 이전 기조에서 벗어나, 이제는 "지금 필요한 사람을 정확히 선발하겠다"는 방향이 뚜렷해졌습니다. 그 중심에는 의료와 건설, 두 분야가 있습니다.
한편 팬데믹 시기 캐나다는 학생비자와 취업비자를 대거 발급했지만, 현재는 심사 기준이 크게 강화되면서 거절률이 높아지고 신청 문도 좁아진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체류 연장을 둘러싼 불안정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정책에는 이처럼 불확실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 가운데, 캐나다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갖췄거나, 기술은 부족해도 현장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가 분명한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정착의 기회를 주겠다는 의도도 엿보입니다.
건설업에 종사 중이거나 관련 기술을 보유한 경우는 물론, 이제 막 이 분야에 진입하려는 사람에게도 캐나다 이민의 문은 어느 때보다 유리하게 열려 있습니다. 특히 오픈 워크 퍼밋 소지자나 학업 지속이 어려운 유학생이라면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외에 거주하는 예비 이민자들 또한 이 흐름을 정확히 읽는다면, 까다로워진 이민 환경 속에서도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좋은 타이밍이 될 것입니다.